프론트엔드 개발자 3년차 퇴사 회고록 & 퇴사 후 한 버킷리스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저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똑똑한개발자라는 외주 개발사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처음에는 외주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의 프론트엔드 개발을 수행했고, 이후에는 사내 시스템 팀에 합류하여 약 20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사내 시스템 툴과 보일러플레이트를 개발·개선하는 일을 했습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똑똑한개발자는 신입이었던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고, 훌륭한 동료들과 협업하며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고마운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퇴사를 결심했을까요?
1. 프론트엔드 시스템 팀의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팀은 프론트엔드 리더 한 분과 저,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원래 리더분께서 혼자 담당하시던 부분을 제가 합류하면서 확장할 기회가 생겼고,
- 보일러플레이트 모노레포 전환
- 패키지 분리
- CI/CD 구축
- GitHub 연동
- 피그마 토큰 플러그인 개발
- 문서화 작업
등을 진행하며 내부 개발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초반 상반기에는 회사에서도 시스템 팀의 방향성을 존중해 주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팀의 목표는 팀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지만, 저희가 진행한 일들이 팀원들의 생산성을 올렸나?라고 판단했을 때 잘 접목하면 좋지만,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을 확산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습이 필요했지만, 외주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학습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팀원 분들이 항목별로 학습할 수 있게 온보딩 테이블를 구성하여 어느정도 개선이 됐다고는 생각하지만, 계속되는 업데이트와 팀원분들의 프로젝트 속도를 맞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또 하반기에는 회사의 주요 사업이 외주 프로젝트였던 만큼, 상황에 따라 시스템 작업보다 외주 업무나,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우선시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 개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제가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이직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건 시스템 팀에서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개발 생산성과 기술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해 본 경험은 매우 의미 있었고, 이러한 기회를 주셨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고민을 신중히 했었습니다.
2. 내가 보지 못한 우물 밖은 어떨까?
저는 개발자로서 첫 회사를 똑똑한개발자에서 시작했고, 정말 좋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했습니다. 특히 시스템 고도화를 하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타 회사의 코드를 분석하며 배워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점점 기능 구현을 넘어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영 효율과 유지보수성까지 고민하는 개발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동시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다듬어진 시스템은 어떤 기준과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큰 조직에서는 어떤 도구와 설계를 선택할까?”
이런 궁금증은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 특히 더 많은 사용자와 복잡한 요구사항이 얽힌 구조 속에서 답을 찾아보고 싶다는 동기로 이어졌습니다.
사용자에게 직접 닿는 인터페이스, 효율적인 구조와 협업 문화, 그리고 깊이 있는 기술 설계가 공존하는 곳에서, 저만의 답을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3. 이직 결심, 그리고 퇴사 결정
이직을 결심했지만, 업무와 병행하며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야근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저는 시스템 개발이 재미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자연스럽게 관련 작업을 이어가곤 했습니다.
이슈가 발생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면 해결할 때까지 잠들지 않는 성격이라, 결국 이직 준비와 병행하기 어려웠고, 온전히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월의 난 뭘 하며 쉬었나?
막상 퇴사를 하니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은행에 가서 주택 청약을 청년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부터 했고,
모았던 자산과 소비습관을 보며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파악도 해 보았습니다. 보고싶었던 미스터 션샤인 정주행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의미있게 남았던 일들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강습시간 외 수영 티칭 받기, 영상 촬영
저는 주 3회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헬스나 복싱 등 다른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수영 경력은 햇수로 9년째 입니다. 퇴사 후 평소에 너무나 받고 싶었던 인플루언서 강사님께 접영 1회, IAM 턴 1회 강습을 받았습니다. 수영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제 자세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해당 강습에서 영상을 촬영해주셔서 수영에 대한 의지가 더더 오르게 되었습니다. 주 수입이 없어 더 강습 받기는 힘들지만, 아주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제가 출수할 때 머리를 든다는 부분도 알게 되었고요.
2. 유기견 산책 봉사 활동
집 근처에 유기견 보호소가 있어 작년에는 실내 배변 청소와 아이들과 놀아주는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평일에 시간이 맞지 않아 산책 봉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제 시간이 가능해져 평일 산책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있는 아이가 수일이인데, 얼른 입양처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3. 드럼 배우기
저는 드럼을 멋있게 치는 분들을 너무 좋아합니다. 7년 전 위플래시 라는 영화를 보고 2시간 동안 내내 울리는 드럼 소리에 감명을 받고, 지금도 드럼 영상은 제 알고리즘의 30%는 차지합니다.
운좋게 제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주 1회 드럼 강습도 진행하고 있어서 작년에 배웠다가 일이 너무 바빠져 그만뒀는데, 퇴사 후 다시 드럼 강습을 등록했습니다. 지금 배우는 곡은 우즈님의 Drowning 이라는 곡인데, 제가 한 때 빠져서 들었던 곡 악보여서 너무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4. 치앙마이 일주일 여행
마지막으로 치앙마이에 일주일동안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일주일 꽉 채워서 7박 9일로 다녀왔는데요. 보통 힐링하러 한달 살기로 많이 다녀온다고도 하고, 추천 여행지로 많이 받아서 계획표 알차게 짜서 다녀왔습니다. 수영 영상도 물론 찍고, 야외 수영장도 찾아가구요. 수영은 7일 중 몬쨈에 갔던 이틀 빼고 5일 내내 했던 것 같네요. 정말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나는 ?
퇴사 후 한 달, 하고 싶었던 것들을 알차게 해왔고 후회는 없습니다.
이직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충분한 시간과 집중을 가지고 제 커리어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려 합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팀과 잘 맞을지, 어떤 환경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단지 기술적인 부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인터페이스, 협업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 구조, 유지보수성과 성능을 함께 고려한 설계 등, 더 나은 제품과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꾸준히 수영하고, 드럼도 하면서 건강하게 이직 준비를 하겠습니다.